E-8 비자의 한계성과, 좀 더 유연한 예외 정책을 말해야 하는 이유
- Scott

- Mar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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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영종도에서 4대를 이러 살고 계시는 용유도 인력 공급회사 대표님과 점심을 같이했다.
평생을 영종도에서 태어나 영종도에서 터를 이루신 대단한 사장님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지인분이 연평도에 계시는데 꽃게잡이 철에 너무 일손이 부족에 충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한국 사람은 아무도 안 가려고 하니 e8 비자로 충원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연평도 꽃게는 봄보다 가을이 훨씬 크게 자라는데 인력이 모자라는 시기는 9월, 10월, 11월이라고 했다. 봄에는 버틸 만한데 가을은 다르다고 했다. 짧은 기간에 물량이 몰리고 그때 사람을 못 채우면 그냥 한 철을 놓치는 구조라는 거다.

이건 인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계절을 못 따라가는 문제로 들렸다.
연평도, 백령도, 소연평도는 지도 위에 점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저 섬들은 그냥 섬이 아니다. 생계가 안보 위에 올라가 있고 조업이 군사적 긴장과 행정 규제 사이에서 움직인다. 인천시는 공식적으로 서해 5도를 “국가 안보와 영토 수호의 핵심 요충지”라고 표현하고 있고 실제로 주민들은 야간조업 제한, 군사훈련에 따른 조업 통제, 불법 중국 어선 문제 같은 제약 속에서 살아간다. 최근 10년간 서해 5도 인구는 17.7%가 줄었고 고령인구 비중은 29.4%까지 올라갔다. 이건 단순한 지역 소멸 통계가 아니다. 현장을 비우면 바다도 같이 비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답답해진다.
제도 취지는 이해한다. 원래 계절 근로는 C-4로 90일만 가능했는데 그걸로는 농어촌 현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서 2019년에 E-8 장기 체류 자격이 신설됐다. 당시 법무부도 “최대 5개월까지” 취업 가능한 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3년에는 현장 요구를 반영해 1회에 한 해 3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최대 8개월까지 쓸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정부가 이미 기존 틀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2025년 하반기에도 법무부가 계절 근로자를 2만 2,731명 추가 배정할 정도로 현장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연평도 꽃게잡이에 이걸 그대로 대입하면 문제가 다시 생긴다.
법은 늘 평균을 기준으로 만든다. 현장은 평균으로 안 돌아간다.
연평도 주변 어장의 꽃게 금어기는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백령·대청·소청도 주변 어장 등은 7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더 길게 묶인다. 결국 연평도 쪽은 9월부터 가을 물량 대응이 본격화되는 구조다. 그러니까 실제로 사람이 제일 필요한 시점은 “길게 오래”가 아니라 “짧고 강하게” 몰리는 시기인데 5개월, 8개월이라는 숫자는 현장에 따라 충분한 기간이 아니라 오히려 안 맞는 기간이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착각한다.

E-8은 5개월을 반드시 써야 하는 비자가 아니다. 법이 말하는 건 상한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보면 2개월이든 3개월이든 더 짧게 계약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단기로 사람을 데려오면 모집이 어렵고, 입국·교육·숙소·보험·이동비를 감안했을 때 고용주도 근로자도 서로 효율이 안 맞는다. 법이 막는다기보다 제도가 짧은 집중 수요에 맞춘 운영모델을 아직 못 만든 쪽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럼 꽃게철 3개월 쓰고 나머지 기간은 연평도나 인천 육지에서 다른 일로 이어가면 되지 않느냐
현장에서는 당연히 이 생각을 한다.
그런데 현재 E-8의 허용 범위는 넓지 않다. 기본적으로 농작물 재배·수확, 그와 연계된 원시 가공, 그리고 수산물 원시가 공 같은 범주 안에서 움직인다. 말 그대로 계절적 농어업과 그 1차 처리에 맞춰진 비자다. 여기서 관광업, 일반 서비스업, 육가공 공장, 일반 제조업으로 넘어가 버리면 같은 체류 자격 안에서 그대로 이어가기 어렵다. 그러니까 연평도 꽃게잡이 뒤에 바로 관광상품 운영이나 육가공시설 인력으로 연결하겠다는 발상은 현장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제도상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막힌다. 실무에서는 늘 이런 데서 갈린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5개월이냐 8개월이냐” 정도로 안 본다.
핵심은 기간이 아니라 연결이다.

연평도 같은 곳은 보통 지역이 아니다. 어민 생존권을 말하면 동시에 정주 인구를 말하게 되고 정주 인구를 말하면 결국 안보를 말하게 된다. 인천시가 생활지원금을 올리고 노후주택 개량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다. 사람을 붙잡아야 섬이 유지되는데 사람을 붙잡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일자리다. 교통 지원도 필요하고 주거 지원도 필요하지만 소득이 흔들리면 다 무너진다.
그래서 내 생각은 분명하다.
연평도·백령도·소연평도 같은 안보 전략 도서에는 일반 농어촌과 같은 잣대만 들이대면 안 되고 도서·접경 특례형 계절 근로 모델이 따로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을 꽃게 성어기에 맞춘 3개월 집중형 E-8 운용을 공식화하고 같은 지자체 또는 같은 권역 안에서 수산물 원시가 공까지는 연속 배치가 가능하도록 행정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섬에서 끝난 인력을 육지의 관련 수산 법인으로 이어 붙일 수 있게 하려면, 지금처럼 비자를 딱 잘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안보전략 도서 연계형 한시 특례”를 시범사업으로 열어봐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리하게 불법의 틈을 찾는 게 아니다.
현장이 편법으로 버티기 전에, 제도가 합법적인 연결통로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이런 문제는 책상 위에서 보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인력 부족하면 더 뽑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섬은 그렇게 안 돌아간다. 조업 시기, 금어기, 숙소, 이동, 군사 통제, 날씨, 수익성, 출입국 행정, 다 한 번에 걸려 있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 인력 문제를 늘 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아니라, 한 철을 살리고 한 섬을 버티게 하는 설계의 문제다. 그 점심 자리에서 들은 말이 결국 여기까지 왔다. 꽃게 철에 사람이 없다는 건 단순히 일손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 섬의 시간이 비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오래 두고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이제는 이 문제를 “어촌 일손 부족” 정도로만 다루면 안 된다.
서해 5도는 생계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최전선이다. 이곳을 지키려면 그 전선이 버티게 하려면, 사람부터 버티게 해야 한다.
나는 그 방향으로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고 본다.
말이 아니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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