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요양보호학과 유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던 날
- Scott

- Ma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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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아침 9시. 인천공항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늘 그렇듯 공항은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그날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3월 20일 BTS 공연 일정 때문이었는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었다. 도착장 앞 전광판은 계속 바뀌고, 안에서 사람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내가 기다리던 네팔 유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길게 간다. 그런데 사실 더 길게 느껴지는 건, 안에서 나오는 학생들 쪽이다. 한국은 처음이고, 말은 낯설고, 공항은 복잡하고, 사람은 많고,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잘 안 보인다. 밖에서 기다리는 나는 그래도 상황을 읽을 수 있지만, 처음 들어오는 학생들에겐 그 순간이 거의 작은 충격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공항 픽업을 단순히 차량 지원이나 이동 동선 정도로 보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그건 입국 관리의 첫 단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착의 첫 표정이다. 학교가 학생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연결기관이 이 학생들을 어떤 무게로 대하는지, 그게 공항에서 이미 드러난다.한참이 지나서야 한 명, 두 명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표정이 먼저 읽혔다. 긴장. 경계. 피곤함.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
이해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 친구들은 놀러 온 게 아니었다. 여행 온 표정이 아니었다. 캐리어를 보면 바로 안다. 한 사람당 가방이 거의 세 개씩이다. 작은 손으로 끌기에는 버거울 만큼 무겁다. 실제로 많이 무겁다. 옷만 들어 있는 가방이 아니다. 삶의 일부를 통째로 들고 들어오는 짐이다. 한국에서 몇 달 버텨보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여기서 배우고, 적응하고, 결국 자기 인생 경로를 바꿔보겠다는 결심이 들어 있는 짐이다.
그래서 캐리어가 무겁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다. 숫자로만 보면 유학생 몇 명 입국이다. 실무 표로 보면 입국 완료, 픽업 완료, 학교 인계 예정.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렇게 안 보인다. 그 무거운 가방 하나하나가 그냥 수하물이 아니다. 집을 떠난 무게고, 가족의 기대고, 때로는 집안이 모아서 만든 등록금의 무게다. 그런 건 보고서에 안 적힌다.

그날도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학생 한 명의 가방1개가 나오지 않았다는거다. 한국말은 서툴고,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공항은 이미 너무 복잡했다. 그런 상황에서 머리가 하얘질 수밖에 없다.
유학생 모집은 원서 넣고 비자 받고 비행기 태우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실무에서는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공항에서 누락 수하물 하나가 생겼을 때 누가 움직이는지, 누가 학생 옆에 붙어주는지, 누가 끝까지 확인해주는지. 그게 결국 신뢰를 만든다.
분실물센터로 바로 갔다. 확인해 보니, 다른 사람이 잘못 가지고 나갔다가 다시 가져온 상황이라고 했다. 듣는 순간 안도는 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학생이 느꼈을 불안을 생각하면 쉽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타국에 처음 도착한 날, 자기 짐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경험.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절대 별일이 아니다.
가방을 다시 찾고 나서야 학생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눈빛이 많이 굳어 있었는데, 짐을 정리하고, 같이 이동하고, 말을 조금씩 섞고, 옆에서 하나씩 설명해주다 보니 경계가 조금 내려갔다. 아직 한국말은 서툴다. 발음도 조심스럽고, 듣는 속도도 느리다. 그런데 긴장이 풀리면 사람 얼굴이 달라진다. 그걸 현장에서 자주 본다.
처음엔 누구나 조심한다. 그건 언어 문제만이 아니다. 낯선 나라에 대한 경계다. 내가 안전한 곳에 와 있는 건지, 이 사람들이 믿을 만한 사람들인지, 앞으로 내가 어디서 지내고 누구를 만나게 되는지,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들어 있다. 특히 요양보호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인 유학 기대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부를 해야 하고, 자격을 향해 가야 하고, 언어를 넘어 실습과 돌봄의 태도까지 익혀야 한다. 말 그대로 인생의 방향을 정해서 들어오는 학생들이다.
나는 이 부분을 꽤 중요하게 본다.
요양과 돌봄 분야는 단순히 학과 하나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돌봄 인력 구조를 오래 고민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왔고, 대학도 이제는 단순 유학생 유치 숫자보다 어떤 학생을, 어떤 구조로, 어떻게 적응시키고 성장시킬 것인가를 같이 봐야 한다. 유학원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입학까지만 연결해놓고 역할이 끝났다고 보기엔 현장이 너무 복잡해졌다.
비자, 어학, 생활 적응, 기숙사 또는 주거, 학교 정착, 지역 이동, 아르바이트에 대한 오해 관리, 학업 지속, 진로 연계. 이게 다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 한 군데만 끊겨도 학생은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결국 학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늘 말한다. 유학생 모집은 마케팅이 아니라 구조라고 그날 공항도 그 구조가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인지 다시 보여줬다. 입국장이 워낙 혼잡해서 전체 동선이 계속 밀렸고, 일부 항공편도 지연됐다. 학생들이 다 모이는 데만도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짐 찾는 데 시간 걸리고, 분실물 처리하고, 인원 확인하고, 이동 준비하다 보니 우리가 계획했던 KTX 시간은 결국 놓쳤다.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생긴다.
계획표만 보면 간단하다. 공항 도착, 집결, 서울역 이동, KTX 탑승, 마산 이동. 그런데 실제로는 사람 수, 짐 수, 공항 혼잡도, 항공 지연, 학생 상태, 언어 소통 수준이 전부 변수로 붙는다. 실무를 해본 사람은 안다. 특히 처음 입국하는 학생 그룹은 일정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게 만들면 사고가 난다. 그래서 나는 일정 준수보다 안전한 인계를 더 우선에 둔다.

결국 그날은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쉬게 하고, 컨디션을 정리한 뒤 다음 날 아침 서울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마산 창신대로 보내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이 결정이 누군가에겐 비효율로 보일 수 있다. 비용도 더 들고, 일정도 하루 밀린다. 그런데 나는 이런 장면에서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이미 긴 비행 끝에 도착했고, 공항 안에서 오래 지쳤고, 짐은 많고, 낯선 환경에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마지막 열차 시간에 맞추겠다고 다시 서두르게 만드는 건 관리가 아니다. 그냥 밀어 넣는 거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이 아니다.
하루를 더 쓰더라도, 한 번 더 챙기더라도, 학생들이 ‘그래도 누군가 나를 책임지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가지게 만드는 쪽이 맞다고 본다. 실제로 그런 감각이 있어야 이후 학교 생활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들어간다. 입국 첫날의 인상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다음 날 아침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KTX를 타고 마산으로 내려보내는 길, 나는 짐칸과 통로를 보면서 또 한 번 생각이 많아졌다. 캐리어가 정말 많았다. 파란 가방, 검은 가방, 손에 든 작은 짐까지. 누가 보면 그냥 단체 이동처럼 보이겠지만, 저 학생들 각자에게는 지금 이 이동이 한국 생활의 실질적인 시작이구나. 그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짠했다.
이 말을 너무 감성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원래 그런 문장을 남발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현장에 서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처음 한국에 오는 어린 학생들,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걸 말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안내하고 일정 맞추고 서류 챙기고 다음 동선 확인하지만, 속에서는 늘 계산이 두 개 같이 돌아간다. 하나는 운영이고, 하나는 사람이다.
결국 일을 오래 한다는 건 그 두 개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네팔 요양보호학과 유학생 입국은 단순히 몇 명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 네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버티는 힘이 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신뢰가 생기면 태도가 아주 단단해진다. 돌봄과 요양처럼 사람을 대하는 분야에서는 이런 기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언어는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실무는 교육으로 다듬을 수 있다. 그런데 태도와 마음의 결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 국제교류처나 어학당 담당자분들은 아마 이 대목을 더 예민하게 보실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입학자 수가 아니라, 중도 이탈 없이 잘 적응하고, 학업을 이어가고, 전공과 지역사회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학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그건 서류 심사만으로 안 된다. 현지 모집 단계에서부터 학생 선발 기준이 달라야 하고, 입국 직후 관리 체계가 있어야 하고, 학교와 연결기관 사이에 실무 대화가 살아 있어야 한다.
NICE BOSS가 붙잡고 있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우리는 단순히 학생을 모집해서 보내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건 지금 현장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요양보호학과처럼 전공의 성격이 뚜렷하고, 이후 진로와 정착 가능성까지 같이 봐야 하는 트랙은 더 그렇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학생층을 뽑을지, 어떤 동기로 한국에 들어오는지, 언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가족 설득은 되어 있는지, 생활 적응 리스크는 어떤지, 입국 후 학교와 지역에서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이걸 구조로 설계하지 않으면 숫자는 들어와도 유지가 안 된다.
실무에서는 여기서 갈린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사 운영의 안정성이 중요하고, 국제교류처는 사고 없이 정착을 끌고 가야 하며, 학생은 실제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이 셋 사이를 이어주는 기관이라면, 단순히 모집 실적이 아니라 운영 책임까지 감당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나는 적어도 그 기준으로 일하려고 한다.
이번에 공항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며 다시 확인했다. 결국 이 일은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이동을 하나의 구조 안에 안전하게 안착시키는 일이다. 그 구조 안에는 비자도 있고, 학교도 있고, 생활도 있고, 비용도 있고, 부모의 기대도 있고, 학생 본인의 두려움도 있다. 그걸 다 빼고 모집 숫자만 말하면, 현장은 반드시 부러진다.
그래서 학교 담당자분들께도, 유학원 실무자분들께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는 유학생 유치도 ‘얼마나 많이’보다 ‘얼마나 제대로’가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 특히 돌봄과 요양 분야는 더 그렇다. 이 분야는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고, 결국 사람을 살피는 직업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사람이 빠지면 안 된다.
3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오래 기다리던 그 시간, 뒤늦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네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계속 했다. 이 친구들이 오늘 한국에 들어온 건 맞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오늘부터 누가 이 학생들의 처음을 책임질 것이냐는 거다.

그 질문 앞에서는 누구도 가볍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NICE BOSS는 앞으로도 네팔 요양보호학과 유학생 모집을 단순 유치 실적으로 보지 않을 생각이다. 학교가 안심할 수 있고, 학생이 버틸 수 있고, 현장이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구조.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계속 현장에 있을 것이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분실 가방을 찾는 일도, 열차 시간을 놓쳐 하루를 다시 짜는 일도, 우리 일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원래 이런 일은 겉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안 보이는 데서 갈린다고 믿는다.
그리고 결국 신뢰도 거기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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